[진왕 이세민]
제 26 화

보시구려

정말 멋져요

좋은 날 아름다운 경치에
하늘이 맺어준 결합으로

태자와 진왕이 오늘 같은 날에
혼례를 올립니다

우리 당나라 최초의
경사스런 일입니다

신랑 신부는 대례를 거행합니다

일배는 천지에

꿇으십시오

절을 올리십시오

다시 절을 올리십시오

세번째 절을 올리십시오

일어서세요

신랑 신부는
부모님께 절을 올리세요

꿇으십시오

절을 올리세요

다시 절을 올리세요

세번째 절을 올리세요

일어서세요

신랑 신부는 맞절을 하십시오

세민

절을 하세요

일어서세요

끝났습니다

태자

태자라고 부르지 마시오

여느때처럼

건성이라고 부르시오

과거에는 보통 사람이셨지만

지금은 태자이십니다

무례를 범할 수 없습니다

내가 비록 태자이긴 하지만

당신의 사랑을 얻지 못한다면

태자라는 이름은

하찮은 것이오

우리는 이미 부부가 됐는데

어째서 아직도 이렇듯
감개하는 건가요?

아직까지도

둘째 동생을 세민이라고
부르기 때문이오

태자

세민이고 부르니 얼마나 다정하오

하지만 태자라고 부르는건?

너무 소원하다고 생각하지 않소?

우리는 이미 혼례를 올렸어요

앞으로 난 세민의 형수님이에요

명분이 이미 정해졌는데
뭘 그렇게 걱정하시는 겁니까?

그러나 내 마음은 안 잊었소

머리로 당신을 얻은 것이지

마음으로 얻은 게 아니란 것을

그래서

난 다른 사람보다
생각하는 게 더 많소

태자

전 머리 때문에
태자에게 시집왔어요

하지만 우리들이
혼례를 올리던 그 시간에

전 마음속으로 맹세를 했어요

오늘부터 난 이건성의
아내라는 것을요

약석

그 말이 모두 사실이오?

이 한평생

전 당신 사람이에요

그런데 뭘 걱정하는 거에요?

그렇지만 난 알 수 있소

비록 당신의 몸은 얻었지만

당신 마음은?

마음이요?

그렇소

사실대로 말하시오

마음속에 아직도 세민이 있는거요?

태자

자기 아내를 믿으셔야죠

날 믿게 하는 건 어렵지 않소

하늘에 대고 맹세하시오

맹세요?

맞소

하늘에 대고

다시는 세민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맹세하시오

태자

신혼 첫날밤에

신부에게 그런 맹세를 하라고 하다니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안 드세요?

그렇소. 너무 심하오

그렇지만 날 꼭 용서해 주시오

당신은 평범하지 않은 여인이니까

이런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서

혼례를 올렸으니까

나 양약석은 하늘에 대고 맹세합니다

오늘 이후로

다시는 이세민을 사랑하지 않겠습니다

맹세를 위배한다면

-천벌을 받을 겁니다
-아니오

그런식으로 맹세하지 마시오

그런 식의 맹세는 싫소

이런 심한 맹세를 했는데 아직도
불만이란 말인가요?

아니오

이렇게 말하시오

나 양약석이 맹세를 위배한다면

이세민은 천벌을 받을 겁니다

사랑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았소

그러나 세민이 천벌을 받는 걸

당신은 분명히 참을 수 없을 것이오

오직 그래야만

당신이 자신의 약속을
지킬거라는 생각이 드오

당신이 이런 사람 일 줄
정말 생각도 못했어요

약석

이게 뭐하는거에요?

당신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 마음에 다른 사람이 있는 걸
허락할 수 없소

그러니... 반드시 맹세해야만 하오

우선 일어나요. 일어나서 얘기해요

아니오

약속하지 않는다면

내일 아침에 모후가
오실 때까지 꿇어앉을거요

맹세하죠

맹세할게요

나 양약석은

하늘에 대고 맹세합니다

이 한평생

다시는 이세민을 사랑하지 않겠습니다

맹세를 어긴다면

왜 그러시오?

어서 말하시오

이세민은

이세민은 천벌을 받을겁니다

약석

날 사랑하는 거 맞소?

당신은 날 사랑해

밤이 깊었어요

당신도 피곤할테니

어서 빨리 쉬세요

잠이 안 와요

그럼 책을 보세요

사기를 읽으세요

사기를 볼 기분 아니오

당신과 약석이 함께 본 사기잖아요

책 보세요

전 가서 먹을 걸 만들어올게요

롱아

아직도 요리를 만드는거요?

이전에 당신은 내가 만든 음식을
먹지 않았어요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러나 지금 난 당신의 아내에요

남편을 위해 요리를 하는 것은
아내의 책임이에요

당신은 지금 진왕비요

왕비는 왕비의 모습이 있어야 하오

어떻게 손수 요리를
할 수 있단 말이오?

그건 저의 취미에요

그건 나의 규칙이오

삼춘보고 만들라고 할게요

말했잖소

오늘 밤은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소

세민

오늘은 약석이
막 출가한 첫째 날이에요

그저 첫째 날 일뿐이라구요

내일은 둘째 날이고

모래는 셋째 날이에요

그게 무슨 뜻이오?

날은 아직 많아요

계속 이러신다면

전 걱정이 끊일날이 없을거에요

그것때문에 슬퍼하는 게 아니오

대형이 약석을 무척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소

그녀와 혼인했으니
틀림없이 아껴줄 것이오

내가 슬퍼하는 건

약석이 날 속였기 때문이오

머리 때문에 건성에게
시집가는 게 아니라고 했소

태자비라는 신분 때문이라는

그런 말을 믿으세요?

믿지 않소. 쭉 믿지 않고 있소

그렇지만 약석이

그렇게 다급하게 대형한테
시집가는 모습을 볼 때

내 마음은...

세민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요

약석은

대체 진심으로 대형에게
시집가고 싶어한 것일까?

오늘밤은 신혼 첫날밤이에요

신부를 앞에 두고

다른 여인 얘기를 하다니

그게 신랑이 해야할 말인가요?

롱아. 미안하오

사실 나는

사실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아요. 그렇죠?

사실 당신이 나와 혼인을 올려서

약석을 화나게 하려는 것 뿐이에요

그 모든 걸

난 다 알아요

그걸 알고 있으면서
왜 시집온 거요?

당신을 도와주려구요

날 도와줘?

당신은 너무 약석을 신경쓰고 있어요

그래서 그녀를
화나게 할 생각을 한거죠

반대로 약석도 그렇지 않은가요?

당신 말은 그녀가...

사실 당신보다 그녀가
더 많이 당신을 사랑해요

원래 그녀에게
같이 멀리 떠나자고 했소

그럼 우리는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소

하지만 그녀는 한사코 싫다고 했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천하에 오직 이세민만
있을뿐, 진왕은 없어요

내가 바로 이세민이오

진왕같은 건 되고 싶지 않단 말이오

그러나 약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녀는 이세민이 진왕이길 바래요

위세 당당한 영웅적 기개를
지닌 사내 대장부요

그녀는 또한 자신이
당신을 선택한다면

그녀는 그런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서
태자를 선택한 거에요

그럼 약석은...

이건 모두 당신의 추측 아니오?

그녀와 바깥에서 떠돌아 다니면서

어느날 밤, 밤새 얘기를
나눈적이 있는데

그때 약석이 직접 제게 말해준거에요

왜 빨리 말 안해준거요?

그녀가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신혼 첫날밤에 얘기하라고 했어요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는 걸
약석은 알고 있어요

그러나

반드시 당신에게
시집가라며 날 설득했어요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 멍청한거요?

그녀가 당신을 위해서 희생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기 때문이에요

저도 당신을 위해서
나 자신을 희생할거에요

됐어요. 국수 삶으러 갈게요

롱아

먹고 싶지 않다고 했잖소

아내로서 남편에게
요리를 할 책임이 있어요

뭘 자르고 있소?

뭐냐면...

보여줄 수 없어요

뭐길래 그렇게 감추는 것이오?

다 자르고 나면 알게 될거에요

배를 모는 손으로 언제
종이를 자르는 법을 배웠소?

세상이 바뀌었잖아요

저도 참새에서 봉황으로 변해야죠

그래야 위정의 사람 닯지

선생. 공부를 가르쳐주세요

공부?

책만 보면 머리가
어지러운 것 아니었소?

고칠거에요. 선생 체면을
잃게 할 수는 없잖아요

좋소

그래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지

할일이나 하러 가세요

사실 말이오

안 보여줘도
뭘 자르고 있는지 알고 있소

안다구요?

그럴리 없어요

당신은 글을 모르니까

아무튼

닭이나, 개, 고양이나,
토끼를 오리고 있는 거겠지

내기할래요?

합시다

당신이 오리는 게 글자라면

패배를 인정하겠소

당신이 말한거에요

봐요

당신이 오린거요?

홍선에게 써달라고 했어요

그 희(喜)자는 신방에 들 때
사용할 수 있을거에요

이건 희(喜)자요

대희(경사스러운) 희(喜)자요

선생

선생이 졌어요. 발뺌하기 없기에요

뭘 갖고 싶은지 말해보시오

사 주겠소

기러기 한쌍을 갖고 싶어요

구운 거위를 주리다

싫어요

기러기 한쌍을 원해요

위대인. 이렇게
아침 일찍 무슨 일이십니까?

위정이 뵙길 청한다고
태자께 아뢰주십시오

위대인

잊으신 겁니까, 아니면
어떻게 되신겁니까?

태자께서 어제 혼인하셨는데 이렇게
아침일찍 폐를 끼치러 오다니

너무 몰인정 하지 않으십니까?

중요한 일로 태자를 뵈야합니다

무슨 일인데요?

그건 공공이 질문할 일이 아닌데요

태자는 아직 일어나지 않으셨습니다

천천히 기다리세요

국가 대사를 그르치면

공공이 책임질 수 있습니까?

태자의 단잠을 방해하면
위대인이 책임질 수 있습니까?

썩 비키시오

안 그러면 가만 있지 않겠소

당신이나 비키시오

안 그러면 나도 가만 있지 않겠소

-홍선
-선생. 무슨 분부이십니까?

앞에서 길을 여시오

여기는 태자부요

무례를 범하는 자는
황제를 기만한 것과 같소

선생. 저 태도가 꽤 겁나는데요

길을 막는 자는

치시오

고약한 놈들. 덤벼라

예

여봐라. 자객이다

위선생. 먼저 가세요

이상한 놈일세

여봐라. 바깥에
무슨 일이 일어난거냐?

위정이 급한 일로 뵙기를 청합니다

위정?

바깥에 무슨 일이 벌어진게요?

하인들이 무공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아무일도 없어요

위정

대체 무슨 일이요?

신은 수업을 하러 왔습니다

수업?

수업이라니?

오늘은 사기를 배워야 합니다

사기?

위정

내가 방금 결혼했다는 걸
잊어버린거요?

혼례는 어제 일이고

오늘은 수업을 하셔야죠

됐소...

돌아가시오

약석

왜 깨어난거요?

조금 더 쉬도록 하시오

위정을 맞아들이십시오

그 말이오?

저 자는 어디가 잘못됐소

이른 아침부터 시끄럽게 떠들다니,
날 너무 무시하는 처사야

위정은 태자를
너무 중요시하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뵙기를 청한거에요

저런 사람은 이세민한테서만
하늘까지 떠받들리겠지만

나한테서는

그런 수법이 안 통하오

싫어하는 안색에도 강력하게 직언을
드리는 사람이야말로 충신이에요

그런 세마가 있는 건 태자의 복입니다

저런 썩어 빠진 선비는
우쭐거리기만 하지

상관하지 마시오

약석

위선생

태자께 공부를 가르쳐주세요

태자와 태자비께 문안인사 올립니다

본직을 잊지 않는 선생을 태자는
아주 맘에 들어하고 있어요

수업을 하세요

위정아

내게 사기를
가르쳐 주러 오지 않았소?

그렇습니다

책은?

여기에 있죠

허튼짓 마시오

-여협. 살려주세요
-움직이지 마

여협.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공공. 괜찮으세요?
-마구 찔러 버려라

모두 멈춰라

-너로군
-전하. 전하께 아룁니다

이 미친 개 같은 여자가

동궁 태자부에 침입해
암살하려고 합니다

노비가 그녀를 잡아
참수하려는 참입니다

그래?

그녀의 털끝하나라도 건드린다면

널 죽여버리겠다

전하

-여봐라
-예

-끌고 가서 곤장 스무대를 쳐라
-알겠습니다

전하. 살려주세요. 노비는 억울합니다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닙니다

전하. 용서해주세요

좋다

-어서 꺼져
-감사합니다. 전하

태자를 뵈려는 마음이 절실해서

홍선에게 그런
졸책을 쓰도록 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홍선?

홍선이라고 하느냐?

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무슨 상을 원하느냐? 다 주겠다

상 하나면 족합니다

위선생이 전하께 공부를 가르쳐주실 때

옆에서 들을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옆에서 듣는다구?

좋아

위정. 우리들에게 사기를 가르쳐주시오

오늘 배울것은 사기 위공자열전입니다

알고 있는 거요

위공자는 신릉군이고

전국 시대 4공자 중의 한명이잖소

그렇습니다

그때 위나라에 후영이라는
현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문을 지키는 늙은이였는데
아주 도도한 사람이였습니다

하지만 신릉군은
그가 쓸모있는 인재라는 걸 알고

직접 마차를 몰고 그를 맞이하러 가서

그를 마차에 태운 후

친히 마차를 끌고 앞장섰습니다

후영은 감동을 받았죠

나중에 조나라를
구하려는 신릉군에게

후영은 방법을 하나 일러주었고

결국 신릉군은 진나라를 크게 이기고
위세를 천하에 떨쳤습니다

위선생. 다른 건 얘기하지도 않고
오직 그 부분만 얘기하는데

대체 무슨 뜻이오?

지금 진왕부는 이 이야기를
이해하고 있는데

오직 태자부만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마음이 초조해서 아침 일찍
태자를 깨운 것입니다

뭐라구 했소?

진왕부

유문정이 이미 후한 선물을 가지고

진왕을 대신해
18명의 학사를 방문했습니다

이미 우리들보다
한 걸음 앞서 나간 것입니다

진왕부의 행동이 이렇게 빠를줄이야

위정

즉시 후한 선물을 준비해서

나 대신 성에 있는
모든 명사들을 찾아뵈시오

태자 전하께서 아직도 사기를
이해하지 못하신 것 같습니다

위정

대체 무슨 뜻이오?

홍선아

당신은 알겠소?

선생의 뜻은 태자가 경성의
모든 명사를 후영처럼 대하고

자신을 신릉군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알겠소

이럽시다

부황과 모후께 문안 인사를 드린후

즉시 그 일을 처리하러 가겠소

늦습니다. 전하

지금 갔다 오십시오

그렇게 서두를 필요 있소?

물론입니다

우리는 이미 한 걸음 늦었는데

지금 가지 않으시면

나중에 후회해도 늦습니다

알았소

기다리시오

기다릴 것 없습니다

지금 가야 한다구요

홍선

네 뜻은?

누가 태자 전하더러 이렇게
성질급한 세마를 두라고 했나요?

알았소

지금 가겠소

자. 서둘러

조심해...

안에 누가 있소?태자 전하요

노위 그 놈도 대단하군.
태자를 끌어내다니 말이야

왕대인 쪽으로 가자

-모두들 서둘러
-알았습니다

서둘러

유선생

뭐요? 태자가 이미 방문을 했다구요?

대단하구나, 노위

가는 곳마다 날 방해하다니

마마. 오라버니께서 오셨습니다

마마

오라버니께서 그 국수를 보신다면...

삼춘. 이 국수를 먹어

이미 배부른데요

배불러도 먹어야 돼

마마

이렇게 많은 걸

어떻게 먹으란 거지?

오라버니

롱아. 일찍 일어났구나

오라버니를 맞이하러 왔죠

어때? 진왕이 잘 해주냐?

아주 자상한 좋은 사람이에요

진왕은 자상한 사람이 아닐텐데

정말이에요

저도 뜻밖이에요. 혼례를 올리고
나더니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 같아요

세민에게 시집간게 이렇게
행복한 거라는 걸 이제서야 느꼈어요

롱아. 하인에게 들었는데 어젯밤 네가
진왕에게 먹을 걸 해줬다고 하더구나

그래요. 국수를 만들었는데 하나도
남김없이 다 드셨어요

정말 먹었느냐?

하나도 안 남기고요

앞으로 제가 만든 것만
먹겠다고도 했어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야

진왕이 드디어
네가 만든 음식을 먹다니

그렇고 말구요

롱아. 진왕은 고집이 센 사람이야

널 싫어했다면 절대 국수에
손도 대지 않았을거야

지금은 다행이구나

하나도 남김없이 먹었다니 말이야

진심으로 널 좋아하는 모양이다

오라버니. 이제는 걱정마세요

롱아

마음이 놓인다. 기쁘기도 하구

쉬고 있어라. 난 진왕에게 가보마

-바래다 드릴게요
-그래...

다음에 세민하고 함께
찾아뵈러 갈게요

그래... 몸 조심하거라

살펴 가세요

-왕야께 인사올립니다
-됐다

태자 전하를 만나러 오신거죠?

태자는 안 계십니다

태자비를 만나러 왔다

쓸데 없이 참견해서 죄송합니다만

태자비는 무슨 일로 뵈려고 하십니까?

태자비께 문안 인사 올리는 것도
안된단 말이냐?

노여움을 푸십시오. 왕야

소장에게 머리가 몇 개 있다고
감히 왕야를 막겠습니까?

시답잖은 소리 그만둬

어서 비켜

태... 태자비께서 태자가 없을 때
누구도 들어올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내가 찾으러 왔다고 말씀올려라

왕야. 고정하십시오.
태자비께서 특별히

진왕께서 납시셨다면...

그래서? 말해

더더욱 문을 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위정

홍선이군요

왜 여기 있어요?

선생을 위해 서재를
정리하고 있었어요

손에 쥔게 뭐에요?

이거요?

양산백을 잡았어요

양산백?

그래요. 우리 고향에
전설이 내려오는데

나비는 양산백이 변한거라는 얘기에요

양산백은 축영대와 원래 한쌍인데

지금 양산백을 잡았으니까

축영대를 잡으러 갈려구요

당신과 위선생이 양산백과
축영대라는 거군요

불길한 말 말아요

그들은 죽고 나서야
비로소 한쌍이 됐다구요

나와 위선생은

한쌍의 보배에요

그래요. 익살꾼이죠

이것들은 내가 이미 정리했어요

그럼 나는...

애정시를 좀 써줬으면 하는데요

애정시는 써서 뭐하게요?

위선생은 위대한 문인이고

난 무식쟁이에요

언제나 내 말이 거칠다고 싫어해요

애정시를 몇 수 외워서

신방에 들어갈 때

깜짝 놀라게 해주려구요

좋아요. 베껴줄게요

짧은 시간에

아주 많이 변했어

너는 물론 나도 금방
적응하기가 힘들구나

하늘의 뜻이 그런한대

전 오래전에 운명으로 받아들였어요

하늘의 뜻이 널 이 가의
며느리가 되게 했어

우리는 이제 한 가족이야

내가 가장 위안이 되는 일이란다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황후 마마

내 마음속에서

넌 영원한 공주야

앞으로 다시는 모후라든가,
마마라고 부르지 말아라

아직은 그런 호칭이
익숙하지가 않구나

앞으로 널 약석이라고 부를테니

넌 날 어머니라고 부르거라. 알았니?

어머니

건성이 잘 해주니?

잘 해줘요

정말 잘 해줘?

날 속이지 못해

건성은 속이 좁은 아이야

너와 세민의 일은
세상에 소문이 다 퍼졌어

건성이 널 아내로 맞이했어도

그 마음은 편치 않을거야

고생을 좀 해야 할거야

어머니

걱정마세요

전 이미 결심했어요

앞으로 다시는
세민을 만나지 않을겁니다

바로 그 일 때문에 널 부른거란다

어머니

태자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을거에요

아니야. 네가 세민을
좀 만나줬으면 싶구나

어머니

그 아이의 성격을 너도 알거야
네가 세민을 만나지 않을수록

세민은 마치 들불처럼

갈수록 활활 타오를거야

어디까지 타오를지 몰라

태자한테까지 타오를 거라는
말씀이세요?

세민은 건성이 자기를
만나지 말라고 한 줄 알거야

그들 형제 사이는
원래 오해가 많았는데

그렇게 되면 불난데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되잖겠느냐?

하지만

세민을 만나는게 두려워요.
더 괴로워할거에요

그러나 지금은 오직 너만이
세민을 위로할 수 있어

롱아가 그러는데

세민이 혼례를 올린 후

넋을 빼 놓고 있는 모습이
꼭 병이 난것 같다고 하더구나

계속 이렇게 나간다면

세민은 망가질거야

마마. 진왕이 뵙길 청합니다

마침 잘됐다. 세민이 왔어

가서 세민하고
잘 좀 얘기를 나눠보렴

어머니

내가 이렇게 비마

어렸을 때 사기를 읽었는데

사기속에 이런 이야기가 써 있었소

나에게 아주 깊은 영향을 주었소

태자 전하

무슨 일이냐?

진왕이 어화원에서 황후 마마께
문안을 올리고 있습니다

황후께 문안 인사를 드리는게
뭐가 대단하다구

태자비도 거기 있습니다

뭐라구?

태자비

-마차를 준비해
-예

전하. 어째서 부랴부랴 떠나십니까?

진왕이 어화원으로
몰래 약석을 만나러 갔소

그렇게 보잘것없는 일 때문에
상하를 신경쓰지 않겠다는 겁니까?

상하가 중요하오, 약석이 중요하오?

당연히 상하가 중요하죠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요?

상하는 그저 문지기일뿐이오맞습니다

하지만 현무문을 지키고 있다구요

그까짓 현무문이 뭐가 대수란 말인가

전하...

그 문은 동궁을 단단히 지키고 있어서

태자 전하의 안위와 관련되 있습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약석을 남한테 뺏기게
생겼는데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오?

진왕과 태자비는 전하가
상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됐소... 가르침은 필요 없소

전하

상하를 진왕이 데려간다면

현무문은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럼 위험하게 된다구요

알았소... 알고 있소

그대가 상하와 친분을 좀 쌓아두고
은자도 좀 갖다 주면 되지 않겠소?

태자께서는 아직도 사기를
이해하지 못하셨군요

그 후영도 문지기였고

신릉군도 금은보화를 갖다주지 않고

그저 말을 한 번 끄는 걸로
그를 감동시켰습니다

알고 있소...

전하. 상하는 성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금은보화를 갖다준다면
모욕을 느끼게 될겁니다

그러나 태자께서 그와
축국을 한번 하신다면

그는 하늘만큼 큰 체면을
느끼게 될겁니다

알았소. 하겠소...

언젠가 그와 맘껏 축국을 하리다

전하

가자

-가자
-전하

전하

날 만나러 오면 안돼요

왜 날 피하는거요?

난 지금 당신 형수님이에요

당신이 형수든, 태자비든 상관 안하오

내 마음속에서 당신은 영원히
사탕 과자를 팔던 양약석이오

하지만 제 마음속에서 당신은
이미 이세민이 아니에요

진왕야에요

진왕이면 또 어떻소?

난 내 여인조차도 보호하지 못했소

진왕이라는 건 거리에 있는
상인보다도 못하오

진왕이지 작은 남자가 아니에요

진왕에게는 맡아야할 책임이 있고

진왕에 걸맞는 안목과
도량이 있어야 돼요

여자 하나 때문에 영락해서는 안돼요

그가 날 보러오지 못하게 한 것 맞소?

-누구 말이에요?
-태자요

틀렸어요

태자는 당신을 아직도
형제처럼 대하고 있어요

당신을 만나보라며 날 쭉 설득했어요

더이상 그를 비호하는 말을
하지 마시오

태자의 사람됨을 난 꿰뚷고 있소

당신을 새장속의 새처럼
빈틈없이 감시하는 게 틀림없소

진왕야

이세민이라는 이름조차도
부르지 않는구려

우리는 이미 소원해진거요?

그래요

우리는 이미 이렇게 소원해졌어요

낯선 사람처럼 소원해졌어요

낯선 사람

우리가 이제 낯선 사람이 됐구려

이렇게 하룻밤 사이에

낯선 사람이 된 거란 말이오?

하룻밤 사이에

이미 두 세상으로 나뉘어졌어요

두 세상?

우리는 같은 세상에 있소

꿈꾸지 마세요. 진왕야

언젠가 태자가 황위를 계승하면

난 황후 마마가 돼요

황후 마마?

그때가 되면 당신은
그저 보잘것없는 진왕에 불과해요

전 황후고 당신은 신하에요

군신은 영원히 같은 세상에
있을 수 없어요

능력있으면 당신 아버지처럼

스스로 황위를 뺏아가보세요

그때가 되면

나와 당신은 같은 세상에 있을거에요

나보고 아버지처럼 되라는 말이오?

당신 아버지 같은 기개와
담력이 없거든

그 마음을 접으세요

영원히 날 찾아오지 말아요

선생

피곤할테니 쉬면서 뭘 좀 드세요

좋소

그렇게 높이 들고 뭐하는거요?

어떻게 먹으라는 거요?

홍선이 가르쳐줬어요

이래야 상공을
잘 모실 수 있다고 했어요

홍선. 연지에게 뭘 가르친거요?

아내가 남편을 깍듯이
존경하는 거잖아요

아주 빨리도 배우는구려

자...

옛날에 어떤 여자가 이렇게 상공을
모셨다고 홍선이 그랬어요

저도 그녀처럼 해서

당신이 나한테
더 잘해줄 건지 볼거에요

고맙소

고맙다는 말만 하면
무슨 소용이에요?

언제 날 아내로 맞아들일거에요?

그렇게 출가하고 싶어
안달이 난 여자가 어디 있소?

그야 당연하죠

전 이미 반나절동안 고생했는데

만약 당신이 조심성없이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면

난 괜히 헛고생한거잖아요

태자의 혼례가 끝나면 봉관을 씌워주고
덧옷을 입혀주겠다고 했잖아요

맞아요

그 말을 했다구요. 시치미떼지 마세요

시치미 떼면 개자식이에요

시치미 뗀다고 누가 그러오?

보시오

이건 우리들의 청첩장이오

다 작성해 놨소

정말요?

금박을 붙였어요

이건 뭐에요?

공문이오

그런데 왜 태워요?

공문은 봤으면

남겨둘 필요 없소

금이야

천행

많이 수척해졌어요

밤낮으로 시달리고 있으니
수척해질 수 밖에

이걸 가져가서 쓰세요

먹을 것도 잘 챙겨드세요

육체가 시달리는게 아니라

마음이 시달리는거요

마음이요?

날 걱정하는거에요?

당신 걱정을 하는게 아니라

대왕의 피맺힌 원한을 갚을 사람이
없다는 걸 걱정하고 있소

천행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갖은 애를 써서 위정 집에 들어갔고

위정과 유문정으로 하여금
날 신임하게 했어요

그게 복수를 위한게 아니라면
뭘 위한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공주는
위 가에서 편히 지내느라

목적이 뭔지 잊고 있는 것 같아요

아직도 대왕의 원한을 기억하시오?

천행

피맺힌 원한은 그리 쉽게
갚을 수 있는게 아니에요

되는대로 몇 명 죽이는걸로
복수 했다고 할 수 없어요

적어도 인심을 흉흉하게 하고
소란스럽고 불안하게 할수 있다면

그걸로도 나는 만족하오

천행

알아야 돼요

당나라가 무너지지 않으면

우리의 원수는 갚은게 아니에요

공주

변명이시죠?

변명?

현재를 봐요

이건성과 이세민이 물과 불같은
사이가 된 이유가 뭘까요?

내가 사람 머리를 줬기 때문이에요

이씨 형제의 분열을 야기시킨다는
책략은 나도 인정하오

하지만 공주가 지금 위 가에
머물고 있는 이유가 뭐요?

위정은 그저 보잘것 없는 태자세마요

당신이 틀렸어요

위정은 태자 곁에서
가장 중요한 책사에요

위정을 무너뜨리면

태자는 약해져요

이세민이 강대해지면

쌍방은 반드시 분열을 일으킬거에요

위정은 유명한 새제갈이요

공주의 방법은
그를 속일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무너질리 있겠소?

위정집에 머무르는건

그의 약점을 찾기 위해서에요

그의 곁에 머무르기만 한다면

다른 사람이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발견할 수 있어요

찾았소?

이건 누구 주소요?

위정 부인의 주소에요

위정에게 부인이?

그것이 바로
위정의 치명적인 약점이에요